바둑 -  김삿갓(金炳淵)

흑백이 종횡으로 에워싼 것처럼 진을 치니
승패는 오로지 때를 잡고 못 잡음에 달렸네.

사호가 은거하여 바둑으로 시국을 잊었고
삼청 신선들 대국에 도끼자루 다 썩더라.

뜻밖의 속임수로 세력 뻗을 점도 얻고
잘못 두고 물러 달라 손 휘두르기도 하는구나.

한나절 승부를 걸고 다시금 도전하니
바둑알 치는 소리에 석양이 빛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