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22)

시간이 흘러 가고 있다. 그녀는 다소 진정이 된 모습이다. 주인 아줌마는 높은 혈압에 의한 대동맥 파열로 의사들이 손 쓸 겨를도 없이 숨을 거두신 것이라 한다. 사람 목숨이라는 것이 참 질기다고 했는데 주인 아줌마는 너무나 쉽게 돌아 가신 것 같다. 그녀가 가엽다. 내가 뭔가 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해 줄 것이라고는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 밖에는 없다.

찾아 오는 사람도 없이 차려진 음식도 없이 주인 아줌마의 장례식장에는 그녀와 나, 단 둘이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저 집에 좀 다녀 올게요."
오랫동안 아무말 없이 멍한 모습으로 영안실에 앉아 있던 그녀가 눈물을 멈추고 일어섰다. 저녁 무렵이다.
"따라 갈까요?"
"아니에요. 죄송하지만 여기 좀 지켜 주세요."
"그래요."
등을 돌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불안해 보인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 간 뒤 한 시간이 못 되어서 하숙생들 세명이 찾아 왔다. 모두를 많이 놀란 표정이다. 한참 놀란 표정으로 감정들을 표현하다가 장례 준비가 너무 안된 것 같다며 자기들이 할 일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찾기가 힘들다. 조금 웅성거리던 분위기는 우물쭈물 조용해 지고 말았다.
"음식이라도 준비해야 되지 않나요?"
"무슨 음식을 준비해야 할 지 모르잖아."

"어른이 안 계시니까."
"그냥 영안실에 해주는 음식을 차릴까? 초상 났을 때도 떡하냐?"
"예전에 우리 할아버지 돌아 가셨을 때는 수육을 만들어서 오시는 분들 대접했던 것 같은데요."
"그래. 음식이라도 우리가 준비하자."
영안실 한 구석에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하숙생 둘이는 떡을 맞추러 갔고 나는 영안실에 장례에 필요한 음식들을 주문했다.
거 참 매정한 사람들이네. 내가 지금 돈이 없다니까요. 무슨 이런 것도 계약금을 걸어라고 그러냐. 날 따라온 녀석의 지갑을 털어 계약금을 걸었다.

밤이 깊어 간다. 맞춤 떡도 준비 되었고, 기타 다른 음식들도 조금이지만 준비가 되었다. 하숙생들이 분주히 돌아 다녀 제법 장례를 치루는 모양새가 되었다.
웃으면 안되는데 아쉬운 미소가 스몄다. 아줌마가 돌아 가신 걸 알린데가 없으니 찾아 오는 사람이 없다. 밤이 꽤 깊었는데 그녀가 돌아 오지 않는다. 하숙집에 전화를 해 보았으나 아무도 받질 않았다.

향냄새가 이상하다. 애들과 마주 앉아 눈을 돌렸다. 천정도 바라 보고 서로의 표정도 살폈다.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품도 나왔다.

자정 무렵에 그녀가 영안실로 돌아 왔다. 그녀가 들고온 보자기에는 주인 아줌마의 사진과 소복처럼 보이는 하얀 한복이 있었다. 학생들이 고맙게도 집에 돌아 갈 생각을 않고 자리를 지켜 주고 있다.
그녀가 집에 갈 때와는 이 곳 모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녀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탈의실에서 소복을 갈아 입고 와서는 아줌마의 사진을 향이 피워진 상위에다 올려 놓았다. 주인 아줌마의 사진에는 검은 테두리가 쳐져 있지 않았다.

밤새 그녀는 어머님의 사진이 놓여진 상앞에 앉아 아무말 없었다. 멀뚱히 사진을 보다가 울기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초점없는 시선으로 다른 곳을 주시하기도 했다.
영안실 밖을 나와 담배맛을 보았다. 어제와 다름없는 담배 맛이나 연기의 냄새는 낯설다. 영안실 실내에 피워졌던 향의 연기들 때문이었으리라. 실내에 있기가 따분했던지 하숙생들은 나와 있다.
아줌마는 아줌마였나 보다. 하숙생들은 새벽으로 시간이 많이 흐르자 잠을 쫓기 위해 영안실 밖 가로등 아래에 자리를 마련하고 고스톱을 쳤다. 뭐라 야단 칠 수도 없다. 옆에 앉아 조금 구경도 했다.
"형도 돈 있으면 껴요."
"돈 없어."
"그럼 구경만 해요."
녀석들의 노는 모습이 재밌었다. 그녀와 나는 분명 남남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웃을 수 있다.

한참을 밖에 있다가 들어 왔다. 그녀의 모습은 그대로다. 슬픈 표정 지으며 멍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그녀의 등 뒤에서 거리를 두고 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해가 뜨는 무렵에 하숙생들은 돌아 갔다. 그녀는 여전히 주인 아줌마의 사진앞에 앉아 있다. 영안실 관계자들이 불러서 나는 좀 바빴다.
그녀에게 음식을 건해 보았으나 대답이 없었다. 먹어야 되는데... 나는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햇살이 따스해 지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사람이 너무도 없었다. 아무 말 없는 그녀를 쳐다 보며 영안실에 잡혀 있다 싶게 앉아 있었다. 조금씩 여기 있기가 지겹기 시작한다.

오전 무렵에 그녀의 언니가 왔었다. 조금 시끄러웠었다. 그녀의 언니가 크게 소리내어 울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니에게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많이 원망스런 눈초리를 보내며 묻는 말을 아주 간략하게 답변만 했었다.
"형부는?"
"나 혼자 왔어. 그냥 아픈 줄만 알았지 돌아 가실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그녀의 언니의 남편 되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싫었는지 그녀는 다시 형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떨어져 살아서였을까. 그녀의 언니는 그녀처럼 멍한 상태로 있지 않았다. 이곳 저곳 부음을 알렸으며, 영안실 관계자들을 찾아 다니다 나와 인사도 했다. 그녀 언니는 아주 이성적으로 주인 아줌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 들였다. 그녀의 언니가 나에게 와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냥 머쩍은 표정만 지어 주었다. 그녀의 언니의 모습을 보니까 내가 자리를 비워도 되겠다 싶었다. 나는 점심 무렵에 집으로 돌아 왔다.
피곤했던 지라 집에 오자 마자 잠이 들었었다. 학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저녁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나서 다시 영안실로 가 보았다.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녀의 친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남자도 있다. 그녀가 제법 말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섭했다.

저녁은 영안실 구석에서 그녀의 언니가 준 음식으로 때웠다. 그녀의 언니의 눈빛이 많이 붉다. 중간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어제의 내 모습처럼 그녀 언니는 분주히 돌아 다녔다. 그녀는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나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그녀의 친척들의 격려를 들으며 슬픔을 나누었다. 나는 그녀와 한마디 말도 못해 보고 자정무렵에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내가 참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장례 준비를 했었는데 이제 소외된 느낌이다. 쩝 뭘
바라고 했던 일은 아니지만 그녀가 아무말도 없으니까 기분이 좀 그렇다.
하숙집은 주인 아줌마가 돌아 가신 줄이나 알까? 실감나지 않는다. 저 식탁 건
너 방에 아줌마의 기침 소리가 들릴 것도 같다. 하숙생들은 잠이 들었는지 기척
이 없다.
잠이 오질 않았다. 낮에 자서 그럴까? 오늘 그녀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하
숙집은 낯설지 않지만 내 방 천정이 낯설어 보인다.

삼일째다. 오늘은 일찍 영안실로 갔다. 오늘이 마지막날이기 때문이다.
영안실로 가는 길가에 나무 아래서 그녀의 언니와 그녀가 심하게 다투는 모습
을 보았다. 무슨 일일까?
그녀의 언니는 중년의 아줌마 같아 보인다. 그녀가 심하게 대드는 모습이 그렇
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녀가 언니에게 대들다가 덜썩 주저 앉더니 소리내
어 울기 시작했다. 달려가서 등이라도 다독거려 주고 싶지만 모른채 영안실로 들
어왔다. 영안실 내에는 상복 입은 놈이 있었다. 내 나이 또래 같았는데 보도 듣
도 못한 놈이 꼭 상주인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주는 음식 받
아서 멀쭘히 서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주인 아줌마는 영안실 뒤 냉동실안, 그것도 모자라 각이 모질게 난 관에 들어
가 있었다. 관에는 언제 들어 갔을까? 그리고 해가 바로 머리위에 떠 있을 무렵
에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떠나는 모습만 보
고 나는 집으로 돌아 왔으니까.

하숙집은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기 때문이
다. 친척들인가? 친척들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제법 되는구나. 그녀는 아직
오지 않았다. 방에서 잠이나 잘까 했는데 시끄럽다.
오늘 학원을 안간다면 이번주는 아예 한번도 안가는 것이 된다. 학원이나 가자.
"누구세요?"
"일이 있어서 못 나왔어요."
강사 새끼 꼴밉네. 다음달에 작가 한 명 소개 시켜 주고 그가 하는 작업 붙여주려고 했는데 요즘 자주 결석을 했던 관계로 딴 사람 소개 시켜 주기로 했단다.
내가 결석 안하고 착실하게 나왔어도 그런 거 안 시켜 준다는 것을 알기에 별로 섭하지 않다. 그리고 너, 솔직히 아는 작가가 있긴 있냐?

23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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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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