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39조회수 : 484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2054, 줄수: 142,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39 


柳器善納

금재(琴齋) 이 장곤(李長坤)이 연산군 때에 문과 교리로서 연산군의 미움을 
입어 체포하려 하매 도망하여 함흥 땅에 들어섰다.

길에서 목이 몹시 말랐었다. 마침 우물가에 물긷는 처녀를 만나 한 표주막 물을 
청했다. 그녀는 바가지를 들어 물을 뜬 뒤에 버들잎을 훑어 물에 띄어주는 
것이다. 그는 이상히 여겨 그 연유를 물었다. 그녀는, 

"목이 몹시 마를 때 급히 물을 마시면 혹시 탈이 있을까 염려되어 버들잎을 
띄워 천천히 마시게 하는 것이옵니다." 

하였다. 이 장곤은 놀라는 한편 기특히 여겨서, 

"너는 누구 집의 처녀냐?" 

하고 물었다. 그녀는. 

"저는 저 건너 유기장(柳器匠)의 집 딸이옵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 장곤은 곧 그녀를 따라 그 집을 찾아가 그녀에게 장가들어 
몸을 의탁하였다. 금재는 애당초 서울에 살던 귀인이니 어찌 버들 그릇을 
만드는 일을 알겠는가. 다만 아침 저녁 밥만 먹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혼곤히 
잠만 자고 있었다.

그의 장인, 장모는 크게 노하여, 

"우리가 사위를 맞이한 것은 우리 일을 도와 달라는 것인데, 자네는 아침 
저녁을 축내는 밥주머니에 지나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하고는 그 뒤로부터 아침 저녁밥을 반만 주는 것이다. 그의 아내가 가엾게 여겨 
매번 솥 밑에 눌어붙은 눌은밥을 긁어서 가만히 주린 배를 채워 주었다. 이렇게 
하여 몇 해를 지냈다.

중종(中宗)이 반정하자 연산군 때에 득죄한 사람을 모두 적면하매 이장곤에겐 
옛 벼슬에 복직시키고 팔도에 명령을 내려 그를 찾았다. 이 소문이 낭자하게 
들리자 이 장곤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그는 그의 장인에게, 

"금번 관가에 바친 버들그릇을 제가 싣고 가 바치려 합니다." 

하였더니 장인은, 

"자네 같은 갈수한(渴睡漢)이 동서의 방향도 잘 모르면서 관가 출입을 하다니, 
내가 직접 바쳐도 언제나 합격되지 못하였는데 그런 천만부당한 말은 하지도 
말게." 

하고 노했다. 그 아내는, 

"시험삼아 한 번 보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하고 간청을 하자, 장인은 마지못해 허락했다. 이 장곤은 등에 버들그릇을 지고 
줄곧 관가 뜨락으로 들어가 목청을 높여, 

"아무 곳에 살고 있는 유기장이 상납차로 와서 기다립니다." 

하고 외쳤다. 본관은 애초부터 그와 친분이 두터운 무변(武弁)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는 크게 몰라 섬돌을 내려와 그의 손을 잡고 자리로 올랐다. 본관은 
묻기를, 

"공은 어느 곳에 종적을 감추었다가 이런 꼴로 나타나셨는지요. 조정에서 찾은 
지 벌써 오래 되었소이다." 

하고는 이내 술상과 의관을 갖추어 바치는 것이다. 그는, 

"부덕한 사람이 유기장이 집에 몸을 의탁하여 생명을 연장하였더니, 뜻밖에도 
다시 저 하늘의 광명한 햇빛을 바라보게 되었네." 

하였다. 본관은 급히 순영에 보고하여 곧 역마를 내어 서울 길을 떠나 보내려 
한다. 그는, 

"유기장의 집에 三년 동안의 주객이 되었으니 정조를 돌보지 않을 수 없네. 또 
아울러 조강지처가 있으니 이제 가서 하직을 하고 떠나야 하네. 그대는 명일 
아침에 나를 찾아 주게." 

하고 곧 유기장이의 집으로 돌아와 말하기를, 

"이번 버들그릇은 무사히 상납하였소이다." 

하였더니 장인은, 

"이상도 하여. 옛말에 이르기를 <부엉이가 천 년을 늙으면 꿩 한 마리를 
잡는다.>하더니 헛된 말이 아니구나. 오늘 저녁밥은 특히 한 숟갈만 더 
주어라."

하는 것이다. 그 이튿날 아침에 이 장곤은 일찍 일어나 뜨락을 깨끗이 쓸었다. 
장인은, 

"우리 사위가 어제 그릇을 잘 바치더니 오늘 아침엔 또 뜨락을 소제하는 것을 
보아서 오늘은 해가 서편에서 떠오르겠군." 

하고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는 뜨락에 짚자리를 펴 놓았다. 

"무엇하러 자리를 펴는 것인가." 

하고 묻자, 그는, 

"오늘에는 관가 행차가 있을 것이오." 

하고 대답했더니 장인은, 

"자네가 잠꼬대를 하는 건가. 관가 나리께서 어찌 우리 집에 행차할 리가 
있겠는가. 이제 와서 생각하니 어제 버들그릇을 잘 바친 일도 필시 한길에다 
버리고는 집에 돌아와서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르겠군." 

하고 쓴웃음을 짓는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본부의 아전이 채석을 갖고 
헐떡이면서 와서 방 가운데에 깔고 이르기를,

"관사님 행차가 방금 당도하오," 

하는 것이다. 유기장이 부부는 창황하여 얼굴빛이 질린 채 울타리 사이에 피해 
숨었다. 얼마 아니 되어 전도하는 소리가 문밖에 미치자 본관이 이르러 그에게 
인사를 끝낸 뒤에, 

"형수씨는 어디에 있으신지요, 상견례를 청하오." 

하자 이 장곤은 그의 아내를 불러내어 절을 하게 하였다. 그녀의 의상은 비록 
남루하나 얼굴은 몹시 정숙하고 의젓하여 상천가의 여자의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 본관은 말하기를, 

"이학사가 궁도에 빠졌을 때 형수씨의 힘으로 이 곳에서 지냈으니, 그 장함은 
비록 의기충천한 남자라도 이보다 더할 수 없소이다." 

하고는 곧 유기장이를 불러 술을 내리고 인사를 차렸다. 이로부터 이웃 고을 
수령들이 끊임없이 와서 보았고, 감사도 막객을 보내어 전갈을 하니,

유기장이의 집 문 밖에 인마가 많이 모여들고 구경꾼들이 에워쌌다. 이 장곤은 
본관에게 이르기를, 

"내 아내가 비록 천한 존재였으나 내 이미 부부의 몸이 되었으니 버릴 수는 
없소, 교자 하나를 준비하여 함께 서울로 가게 하여 주오." 

하자 본관은 그의 말대로 해 주었다. 그는 서울에 이르러 어전에 사은할 제, 
임금이 그에게 떠돌이 생활하던 시말을 묻는다. 그는 그간 경험한 일을 상세히 
아뢰었다. 임금은 두세 차례 감탄하면서, 

"이런 여인은 천첩으로 대우할 수는 없구나." 

하고 특히 올려서 후부인을 삼았다. 

-명엽지해(蓂葉志諧)에서- 

2000/11/18(08:09)





한국 Korea Tour in Subkorea.com Road, Islands, Mountains, Tour Place, Beach, Festival, University, Golf Course, Stadium, History Place, Natural Monument, Paintings, Pottery, K-jokes, 중국 China Tour in Subkorea.com History, Idioms, UNESCO Heritage, Tour Place, Baduk, Golf Course, Stadium, University, J-Cartoons, 일본 Japan Tour in Subkorea.com Tour Place, Baduk, Golf Course, Stadium, University, History, Idioms, UNESCO Heritage, E-jokes, 인도 India Tour in Subkorea.com History, UNESCO Heritage, Tour Place, Golf Course, Stadium, University, Pain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