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 주요한(朱耀翰)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폐허이후, 19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