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영양소 비타민B
술·스트레스에 지친 남편도 힘나게 한다

12월의 첫 날 저녁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식당. 40대 직장인 4명이 삼겹살 안주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 술자리는 우중충한 날씨만큼 우울하다. 1시간여 동안 이들이 주고받은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조업 단축' '구조조정위원회 재구성' '명예퇴직' '혹한기'….

"이러다가 내년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술을 마셔도 가슴은 더 답답하다." 한 중견기업 차장인 배모(45)씨는 "불과 4명 남은 입사 동기들이 연말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모였다. 결론은 건강 챙겨야 한다는 것, 불경기에 몸까지 아프면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불경기 탓일까? 예전보다 안주는 더 부실해졌고, 소주의 양은 더 늘었다.

이들 중견 직장인의 외모는 전형적인 40대. 아랫배는 적당히 나왔고,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한 명은 이미 탈모가 진행 중이다. 만성피로는 기본이고, '의무방어전' 운운할 정도로 정력도 자신이 없다.

인생의 초겨울에 접어든 중년 남성들의 건강을 챙길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비타민B를 챙기라"는 것이다. 간과 만성피로, 정력 때문에 걱정인 중년 남성들에게 비타민, 그 중에서도 비타민B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타민B는 '남성 비타민'으로도 불린다. 물론 여성들에게도 필수적인 영양소이지만, 음주와 흡연, 과로, 정력부족, 탈모 등 중년 남성들의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와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

술자리가 잦고 담배를 피우며, 머리 숱이 듬성듬성해지는 남성의 경우를 보자. 주3회 이상 술을 마시면 비타민B1이 결핍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흡연도 비타민B1의 흡수와 대사 장애를 일으켜 결핍 증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근육에 피로물질이 쌓여 만성피로와 초조감 등을 부른다. 결핍이 지속되면 식욕부진이나 근육무력감, 소화장애 등을 초래하고 결국 체중감소나 정력감퇴로 이어진다.

"뚜렷한 이유 없이 힘도 없고 입맛도 없다"는 사람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비타민B1의 결핍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고 손발톱의 모양이 꺼칠하며, 입안이 자주 헌다면 비타민B2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비타민B2는 성장과 세포재생, 시력 증진과 눈의 피로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당뇨병 환자, 간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결핍 가능성이 높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임신한 여성들이 필수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비타민B9(엽산)은 중년 남성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대머리나 백발 예방 효과 때문이다. 엽산이 부족하면 세포분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머리 털이 빠지거나 변색되기 쉽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비타민A부터 E, K까지 모두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이지만, 간과 만성피로, 스트레스 등을 걱정하는 중년 남성들에게 특히 비타민B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비타민B가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챙겨 먹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200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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