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전문가 "실수요자, 올 가을 집 사라"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된 가운데 내집마련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달부터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 시행 등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새로 도입된데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사자니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집값이 떨어질 것 같고, 안사자고 버티려니 대선 영향으로 다시 오를 것도 같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가운데 다수는 “올 가을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정책변화에다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관망세가 뚜렷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수요자면 올 가을이 주택 매수 시점으로 적기”라고 조언한다.

◇ 가을시장 ’보합세’ 유지할 듯 = 11일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가을 주택시장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 등 정책변수와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합세해 극심한 눈치보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 증가세와 대출금리 추가 인상,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등도 변수로 꼽힌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돼 집값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대선 변수가 있지만 선거 전까지는 큰 폭의 규제완화나 세제완화 등의 선심성 정책을 내놓기 힘들어 하반기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도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대출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늘어나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매매, 전세시장에서 공통적으로 ’강북 강세, 강남 약세’의 기조는 상반기에 이어 올 가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시세보다 싼 상한제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무주택 수요 때문에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강북이나 수도권 일부지역은 10월말까지 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반면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은 학군 수요마저 감소해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하반기 주택시장 복병으로 예상됐던 처분조건부 대출 매물은 꾸준히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물량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처분조건부 대출은 1만4천715건으로 지난 3월말의 4만6천여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 매수시점은 ’이번 가을(?)’ = 하지만 대선이 끝나는 내년 이후 집값은 올해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 정권이 재집권한다면 부동산 정책기조가 유지되겠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보유세나 양도세, 재개발, 재건축 규제 등을 일부 완화해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커져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민간 주택공급이 위축될 경우 2-3년 후 다시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올 가을을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이나 평형 넓히기의 적기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올해 주택시장은 종합부동산세 회피 매물이 쏟아진 4-5월이 사실상 저점을 찍었다”며 “7월 이후 가격은 안정됐지만 주택 거래량이 조금씩 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 같은 올 가을에 인기지역 위주로 공략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PB사업부 박합수 부동산 팀장도 “부동산 정책의 강도가 최고치여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 완화와 이에 따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남들이 움직이지 않는 올 가을에 양도세 회피 매물 등 급매물 위주로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최근 소형 주택은 강세, 대형은 약세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규모를 넓혀가는데 적기”라며 “특히 내년 이후에는 상한제 영향으로 주택 공급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여유가 있다면 개발 재료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금 사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투자자는 금리, 대출 등 금융여건이나 분양가 상한제 파장을 봐가며 천천히 매입해도 늦지 않는다”며 “실수요자는 가을 비수기에 접어드는 11-12월이 좋고, 투자자는 좀 기다렸다가 내년 4-5월 나오는 종부세 절세 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유엔알 박상언 대표도 “청약가점제 점수가 높은 사람은 굳이 기존 주택을 살 필요 없이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노리는 게 낫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택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지난 5년간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며 “지금은 신규 청약에 관심을 가지면서 주택 매수시점은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켜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미분양 물량 때문에 앞으로도 집값이 오르긴 힘들다”며 “금리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주택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