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박용철(朴龍喆)

  고향은 찾어 무얼 하리
  일가 흩어지고 집 흐너진대
  저녁 까마귀 가을풀에 울고
  마을 앞 시내로 옛자리 바뀌었을라.

  어린 때 꿈을 엄마 무덤 위에
  남겨두고 떠도는 구름 따라
  멈추는 듯 불려온 지 여남은 해
  고향은 이제 찾어 무얼 하리.

  하늘 가에 새 기쁨을 그리어보랴
  남겨둔 무엇일래 못 잊히우랴
  모진 바람아 마음껏 불어쳐라
  흩어진 꽃잎 쉬임 어디 찾는다냐.

  험한 발에 짓밟힌 고향생각
  -아득한 꿈엔 달려가는 길이언만-
  서로의 굳은 뜻을 남께 앗긴
  옛 사랑의 생각 같은 쓰린 심사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