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31)

흔들리는 버스타고 집으로 왔다. 아직 그녀는 공주였다. 빈자리가 생기자 나 쳐다보지도 않고 훌쩍 혼자 앉아 버렸다. 지만 다리 아프나.

"아줌마 안녕."
"음 동엽이 총각 왔네. 오늘은 예쁜 아가씨도 있네."
"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동엽씨 벌써 이름까지 알 정도로 단골이 된 거에요?"
"하숙 할때도 간혹 왔었어요. 그러다가 자취하면서 완전히 단골이 됐지요. 뭐 드실래요?"
"갈비탕 먹자면서요."
"그래요? 아줌마 여기 갈비탕 곱배기 하나하구요. 보통 하나요."
"갈비탕도 곱배기가 돼요?"
"그럼 안됩니까?"

나는 곱배기고 자네는 보통인데 왜 나는 이제 다먹어 가는데 자네는 아직 그대로냐? 숟가락을 놓았다.
"동엽씨 왜 안 먹어요?"
"보조 맞출려구요."
"저는 적응이 돼서 괜찮으니까 빨리 드세요."
"싫어요."
그녀의 먹는 모습을 찬찬히 지켜 보았다. 참 귀엽게 먹네. 작은 밥상에서 마주하며 밥 먹은 때가 참 그립다. 씨, 괜히 기다렸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보조 맞추라고...
이번엔 그녀가 내 먹는 모습을 찬찬히 지켜 봤다.
"커억."
"여전하군요."

집 근처로 갈 수록 내 방 보여주기가 부끄러워졌다. 그녀에게 보여 주려 하니까 동네 분위기가 좀 낡은 듯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따라 이집일까,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다.
"여기에요."
"이집이에요?"
"네. 옥상 옥탑방이 내 방이에요."
"동네 분위기는 그렇게 좋은 줄 모르겠는데요."
"올라 가 보실래요?"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요."
"혹시 저녁시간이고 외간 남자 혼자 사는 방에 홀로 간다는 것이 좀 꺼림찍 하진 않은가요?"
"그건 동엽씨 모르는 사람에게나 물으시고, 올라 갑시다."
몇 개월이나 살았다고 졸라 아는 척이야. 날 그렇게 잘 알면 좋아한다던지, 아니면 사랑한다던지 말해 주면 내 마음도 안 헷갈릴 것 아닌가. 내 마음은 굳어지는 것 같다. 자네를 사랑하는 것이 맞다는 쪽으로.
"그래 올라갑시다."

"옥상이 좀 지져분하네요."
"분위기 있어 보이지 않아요? 저 소파에 앉아 하늘 쳐다 보면 얼마나 분위기 있는데요. 여자라도 마주 앉혀 놓으면 진짜 분위기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여자라도?"
뭘 째려 보냐.
"쩝, 방에 들어가 보실래요?"
"그래요."

방에 들어가자니까 부엌은 왜 둘러 보냐. 다행히 오늘 청소를 했던 관계로 깨끗해 보였다. 근데 싱크대 한쪽으로 쌓여진 컵라면들이 그녀에게 뭐라 말할 빌미를 제공할 것 같다. 맞구나.
"대충 짐작한데로 식생활에선 문제가 많아 보이네요."
니가 무슨 사감이냐. 그녀가 싱크대를 손가락으로 만져 보고는 먼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안 들어 가요?"
"들어 가요."
"방은 생각보다 깨끗하네요. 오늘 청소 했죠?"
"원래 깨끗해요. 그냥 앉아야 겠네요. 방석이 없어요."
"상관 없어요. 방안이 좀 삭막해 보인다. 화분이라도 하나 갖다 주어야 겠네."
참내, 완전 니 방처럼 말한다. 그녀가 방안을 둘러보면서 앉았다. 들고 있던 종이 가방은 방 구석으로 밀어 버린다.

"커피는 있는데 드실래요?"
"한잔 끓여 와 봐요."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리고 컵을 가져다 그녀에게 주었다.
"이게 다에요?"
"여기 커피 믹스 하나. 물 드릴테니까 타서 드세요."
"푸후후."
"왜 웃어요?"
"원두커피기계는 왜 산거에요?"
그것도 봤냐?
"간혹 원두커피도 끓여 마셔요."
"동엽씨 자취한 지 이제 한달 다 되어 가죠?"
"네."
"조금 더 지나면 내가 많이 그리워 지겠다."

벌써 그리웠었는데.
"네?"
"내가 해 주던 밥이 조금 있으면 그리워 지겠어요."
"나영씨도 자취하죠?"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디서 해요?"
"여기서 별로 안 멀어요. 동엽씨 같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을 걸요."
"진짜에요?"
"네."
"이 근처에요?."
진짜 반가운 대답이다. 별로 멀지 않은 곳에 그녀가 살고 있다면 자주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구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나중에 가르쳐 줄테니까 자주 놀러 오세요. 밥 먹고 싶으면 내 차려 줄테니까 오세요."

얘가 왜이리 친절하게 내 마음을 뺏어가냐. 내 오전에 마음 먹었던 걸 그냥 말해 버릴까?
"나영씨."
"왜요"
"저 있잖아요."
"말 하세요."
"그 있잖습니까."
"뭐가요?"
"나영씨는 시집 언제 갈거에요?"

담에 말하자. 서두를 필요 없다.(서두르면 작가가 곤란하다.)
"내년에는 가야 겠지요. 나는 결혼은 꼭 할거에요."
"내년에요?"
"네."
그말에 마음이 좀 무거워 졌다. 빨리 가면 안되는데...
"사귀는 사람이 있나 보네."
"동엽씨, 저하고 같이 있을때 제가 누구 사귀던가요?"
"아니요. 그럼 사귀는 사람도 없이 내년에 시집 갈 생각하고 있는거에요?"
"네. 내년에 꼭 갈거에요. 혼자서 오래 살 자신이 없어요. 마땅한 사람 생기겠
죠 뭐."
"맘데로 가세요 그럼."

좀 안심이 된다. 살다보면 적응 돼. 누가 공주 아니랄까봐. 니가 내년에 가나 안가나 내 두고 볼거다. 헤헤, 못 갈 것 같어. 아니다 못가라.
"나영씨."
"왜요?"
"커피 들고 잠깐만 나와 봐요. 방이 덥잖아요."
"아까 본 소파에 앉으려구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여자라도 마주 앉혀 놓으면 좋다고 했잖아요. 저도 여자가 맞거든요."
"분위기 괜찮아요 진짜."
"알았어요. 그럼 나가요."
허허, 그 소파의 여자 주인공은 하숙집 그녀 였구나. 그때 종석이 형을 괜히 앉혔다.
"동엽씬 구두 신고 나가요."
"왜요?"
"제가 슬리퍼 신고 나갈게요. 구두가 새로 산것이라 좀 아프네요."
"새로 산거에요?"
"몰랐죠?"
대충 여자들 자기 새로 산 물건 자랑하는 방법을 알겠다. 저런식으로 자랑하는구나.

그녀를 마주하며 커피를 마셨다. 밤하늘이 느긋하게 깔리고 있다. 날 보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꾸밈없는 미소가 맺힌다. 자주 이랬으면 좋겠다.
"동엽씨 나 너무 늦으면 안돼요."
"아직 많이 늦은 시간은 아닌데..."
그래 좀더 있다가지 왜 벌써 가려 하나.
"지금 간다는 말이 아니고, 온 김에 방 청소라도 해 주고 가야지. 내가 그래도 동엽씨 하숙하던 집 주인 딸이었잖아요. 나 어려울때 도와 준 것도 있고."
"방 깨끗하잖아요."
"동엽씨 보기엔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앉아서 얘기나 좀 더 하고 가면 좋겠구만.

그녀가 방을 썰고 닦았다. 옷차림이 청소하는데 맞는 옷차림이 아닌데, 안그래도 밝은 색이라 더러워 지면 어쩌려고... 욕실은 그냥 놔 두세요. 나만 쓰는 것이라 좀 그런데. 그녀가 기어이 팔을 걷어 부치고 욕실로 들어갔다.
"동엽씨."
"왜요?"
그녀가 욕실로 들어 간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았다. 열린 문틈 사이로 손을 뻗혔다.
"이거 동엽씨 꺼 맞죠?"
에구 쪽팔려라. 그녀의 손가락에 들려 있는 것은 물에 젖은 내 빤스였다. 어제 빨래 하면서 저걸 왜 발견 못했을까? 무슨 여자가 남자 팬티를 아무 꺼림낌 없이 들고 난리냐.

"그...그거 제꺼 맞긴 한데요. 제발 그냥 놔 두세요."
"오디오 장식장도 모자라서 이젠 변기 구석이에요?"
"제발 그냥 놔두세요."
"봤는데 어떻게 그냥 둬요. 빨아야지. 수건도 빨아야 겠어요. 더 빨것 있으면 가져와요."
차라리 외면하자.
어제 걸었던 빨래들은 이미 다 말라 있었다. 그녀가 빨아 준 내 빤스랑 수건들을 어제 걸어 논 빨래 들 사이에 걸었다. 그녀는 지금 빨래했던 손이랑 얼굴을 씻고 있다.

"다 걸었어요?"
"네."
"빨래는 자주 하세요. 아니면 제게 들고 오던지. 우리집에는 세탁기가 있으니까."
"알았어요."
세수하고 나온 그녀의 얼굴이 화사하다. 화장한 얼굴보다 더 친숙한 얼굴이다. 하숙집에서는 늘 저 얼굴이었으니까.
"나 이제 가 볼게요."
"나영씨 집이 어딘지 알겸 데려다 줄게요."
"그러세요."
"그럼 지금 같이 나갑시다."
"네."
"참, 아까 들고온 가방은 안 가져 가요?"
"아, 그거 동엽씨 거에요."
"네?"
"동엽씨 가던 날 샀던 옷인데요. 맘에 안 들어도 할 수 없어요. 이제 바꾸기도 어려워요."
"진짜 제 옷 샀던거에요?"
"나중에 와서 입어 보세요."
같이 살때는 잘 몰랐는데 애인이라도 이렇게 잘해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 지금 많이 감격해 하고 있오.

3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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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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