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해제 ‘약발 없네’

해제 지역 부동산 시장 둘러보니

정부가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28일 대구 수성구 등 지방 10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29일에는 강원 원주시 등 6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풀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규제 완화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경우의 가장 큰 변화는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해제된 10곳 중 충청권 2곳을 제외한 8곳에서는 계약일로부터 1년간 분양권을 되팔 수 없게 돼 있었다.

충청권에서는 계약일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가 전매금지 기간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경우가 극히 제한돼 있다.

[[상한제 적용되면 어차피 6개월간 전매제한]]

지방에는 준공 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 데 이런 경우 이미‘자연스럽게’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 캐슬공인 관계자는 “부산에는 전매제한과 상관없는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매제한 완화조치가 약발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이달 말까지 분양승인신청서를 지자체에 제출하지 않은 아파트 사업지는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는 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6개월간 전매제한 조치가 붙는다. 전매제한이 모두 풀리는 게 아니라 제한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조금 단축되는 셈인 것이다.

게다가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별도의 전매제한이 붙는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린 경남 창원시의 경우 당분간 분양 예정인 아파트가 성주지구 3차밖에 없는데 이 프로젝트의 경우 공공택지여서 중소형은 3년, 중대형은 5년의 전매제한이 각각 붙는다.

창원시 상남동 한결공인 관계자는 “창원의 경우 최근 분양한 아파트 자체가 없어 미분양도 없는 데다 앞으로 분양될 아파트는 이번 전매제한 완화와 상관없기 때문에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값싼 상한제 아파트 나온다는 데 비싼 미분양 아파트 왜 사”]]

전매제한 혜택이 적용되는 일부 미분양 아파트도 실제 수혜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구 수성구 명문부동산 관계자는 “수성구에는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많은데 이런 집을 살 수 있는 경우는 이미 집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매수세가 두터워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거래가 신고ㆍ양도세 중과 등으로 인해 설사 전매차익이 생긴다 해도 예전에 비해 실제 챙길 수 있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매수세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광주 남구 월산동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남구에서는 일반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싼 주공아파트까지 줄줄이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 성안동 D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성안동에서 주변시세보다 싸게 나온 아파트가 청약률 제로를 기록한 것이 요즘 울산 지역의 위축된 주택매수심리를 대변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도 적지 않은 요인이다. 대전 유성구 노은동 명문공인(042-825-6633)관계자는 “유성구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싸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값싼 아파트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존 미분양에 관심을 가질 수요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린 지역은 부산 수영구, 대구 수성구, 광주 남구, 대전 유성구, 울산 중구ㆍ동구ㆍ북구, 충남 공주시ㆍ연기군, 경남 창원시 등 10곳이다.

[[주택투기지역 해제지역도 마찬가지]]

주택투기지역에서 풀린 지역도 상황은 똑같다. 이번에 풀린 대전 유성구, 충남 공주시ㆍ연기군, 경남 창원시ㆍ진주시, 강원 원주시 등 6곳에서는 LTV(담보인정비율) 비율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6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40%)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모범규준(DTI 40~60%) 적용이 배제된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는 건설사들이 미분양물량을 털기 위해 ‘분양조건완화’란 명목으로 각종 금융지원을 해 왔다.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명지부동산 관계자는 “계약금만 내면 입주때까지 돈 한 푼 안내도 되는 조건을 내건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유엔알컨실팅 박상언 사장은 “지방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과잉의 후유증이 심한 상태에서 또다시 대규모 분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규제완화가 공급과잉의 후유증을 상쇄하기는 너무나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중앙일보 2007/11/30)